1. 23:01 7th Nov 2011

    Notes: 1

    먼지털이

    몇달 전 준수의 블로그에서 쌀값 프로젝트 - 주당 35시간 이상 공부를 해서 쌀을 축내는 축생은 되지 않는 그 프로젝트 -를 보고 언젠가 나도 시작을 해야겠다고 느꼈다. 바쁘게 사는 것 같은데 일할 거리는 줄지가 않아서. 앱스토어에서 파는 시간 체크기를 사고, 밥먹는 시간 컴퓨터가 돌아가느라 멈춰서 이도저도 못하는 짜투리 시간을 다 빼서 시간을 엄격하게 재고 나면 사실은 얼마 일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그 시간들을 구해서 쌓여만 가는 리딩리스트를 처리할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마음으로. 지난 주 수요일 부터 프로그램을 꺼버렸다. 수요일 오후, 내가 일한 시간은 29시간에 달해있었고 나는 주 7일을 일하고 있다.

    자기의 의견을 어떻게는 내도 받아들여지는 수업이라는 것은, 결국 얼마나 읽고 어디까지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은 자기에게 달려있다는 소리다. 읽지 않아도 흐름을 타면 이야기 할 수 있는 화제가 있지만 그자가 무슨 소리를 하며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반응해야하고 내가 가진 다른 자료들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말하려면 세번은 읽어야 한다. 렉쳐러가 딱히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기에, 수다와 공부의 차이가 딱 여기에서 온다. 스튜디오 작업도 마찬가지다. 세미나에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고 hypothetical한 대화를 이어갈 수도 있다지만 뭘 보여주기 위해서 돈쳐발라가며 남들 박사하는 나이에 여기와서 노가다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나는 내가 굉장히 최소한의 일을 하고 있으며 그 라인에서 있기 위해 발버둥 친다고 생각 했는데, 어떻게 시간을 벌어서 더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제 내일 모레 작업 발표를 위해 draft 마무리를 달려서 하고나면 1월 말 전시가 다가온다. 1년 계획으로 정해 둔걸 1월 전시에 하고 싶다고 내뱉은건역시 미친짓인 것 같기도 하고…

    뇌가 너무 노곤해 해서 머리를 털려고 글을 쓴다. 세달치 세금 세가지를 냈더니 통장이 탈탈 털렸다. 차라리 공부만 했으면 좋겠다. bursary, scholarship, residency 지원서며 cv, 포트폴리오 생각하려니 쥐가나네 아주 그냥. 바쁠때 입는 츄리닝을 입고 있으면 장호가 방구석 먼지 같다고 해서 먼지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앞으로도 바쁠 것 같아서 장호 한국에서 오는 길에 들고오라고 먼지복 생전 입지도 않았던 패딩 점퍼, 머리를 감을 시간이 없어서 털모자 여러개를 주문 했다. 폐인 되자고 돈 써가면서 이러고 있으니 정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응급실을 한번도 안가는 해는 없을 모양이다 내 생에. 월말에 기계줄을 주렁주렁 달고 24시간을 지낼 생각을 하니 벌써 부터 끔찍하다. 날은 어둡지만 마음은 여름보다 낫다.

     
    1. hieyoon said: 앗, 응급실이라니. (라고 말하고 뜨끔!) 몸을 잘 돌보지 않으면 나처럼 좀 난감한 일이 생겨요. 조심!
    2. ellemia posted this